오늘은 세대 추가소독일이었다.
오전 느지막히 각 배수구에 물약을 칙칙 뿌려주신 분이 가고,
뒤이어 쥐약(...) 담당 아저씨가 오셨다.
'인체 약간 유해'라고 매직으로 적힌 플라스틱 용기엔 하얀 가루가 들어있는데,
이걸 동그란 스프용 스푼 같이 생긴 숟가락으로 머릴 막 구부려가며 곳곳에 약을 뿌려주시는 거였다.
이 건물이 18년 됐는데, 그동안 쥐가 부엌 찬장에 들어와 부시럭 댄 일은 없었다.
그런데 지난 주 목, 금.
분명히 전날 쓴 도마를 깨끗이 씻어서 걸쳐놨는데, 아침마다 굳은 스폰지 조각들이 몇 개씩 올려져 있었다.
이상하다 뭐지 하면서 치웠는데, 이상한 건 그 뿐만이 아니었다.
수시로 벽쪽에서 들려오는 부시럭부시럭 소리.
뭔가 싶어 가만 귀를 기울이면 부시럭 소리가 들리다 말고 그래서, 오래된 냉장고 소리처럼 어디선가 들려오는 거겠거니 했다.
그러다 금요일 저녁.
또 소리가 나길래 이상해서 찬장에 다가가니, 좀 전에 씻어둔 도마 위에 또 스폰지 덩어리가!
찬장을 열어보니 새 국수 봉지며 설탕 봉지가 뜯겨져 있고 국수가락이랑 설탕의 잔해들이 여기저기...
제일 윗칸은 레인지 후드 연결관이 벽으로 통하는 구멍이 있어 잘 쓰지도 않았는데
그 구멍 주변에 메워져 있던 스폰지를(아마 18년 된 스폰지겠지...) 갉아 뜯어 놓은 부스러기들이 한가득...
엄마도 불러 같이 한참 문 열어놓고 보고 있자니 소리는 더 안나더라.
불빛이 잔뜩 들어가니까 잽싸게 지가 만든 구멍으로 빠져나갔나- _-
소름이 돋아서 아으으 거리다 추가 소독날에 약 더 해달라고 부탁하기로 하곤 그 찬장은 봉해놨었다.
오늘 아저씨가 와서 찬장과 천장 틈새랑 찬장 제일 윗칸에 놓아주시더니
다용도실 앞 작은 전등을 잠깐 떼어내고 그쪽 천장에도 놔줄까요 하는 거다.
엄마는 그러시라고 의자를 갖다 그렸고.
근데 이거, 모가지 꺾은 숟가락으로 퍼다 천장까지 들어올려 그 좁은 데로 넣다보니
보풀이 잔뜩 일어난 의자에도, 아저씨 머리에도 스스슥 계속 떨어지는데
아... 쥐약 천지다...쏏...
더 나쁜 일은
그 좁은 자리(다용도실 앞은 정말 좁은 복도)에서, 양쪽에 책장이며 아빠 서류 박스가 가득인 그 자리에서
아저씨가 다 털고 나서려고 하셨다는 거.
엄마가 말려 얼마 안 털고 나선 아저씨는(과연 얼마가 아닌 걸까)
이 작은 집 나가는 길 잃을까 남겨둔 것처럼 하얀 자취를 가득 남겨주고 가셨다.
(그 좁은 자리는 현관에서 직진으로 우리집 제일 안쪽임)
(지금보니 그 작은 전등 갓부분도 약이 묻은 게 아닐까. 아저씨 장갑 끼고 작업하시지만 그 장갑에 다 묻어 있는 거잖아...ㅠㅠ)
엉엉
그때부터 시작된 분노의 청소질.
모인지 비스무리한 재질로 바닥이 처리된 의자에 떨어진 건 박스테이프로 서너번 떼어내고 물휴지 2~3개.
아저씨 작업한 곳 바닥은 물휴지로 대충 수습 하고선
청소기로 초고속 흡입(결국 거실 부엌 현관 바닥은 전부...) 후 물휴지질(걸레 빨기 귀찮아요ㅠㅠ).
비닐장갑 끼고 쥐가 파먹었을 각종 식재료 전부 처리하고 나니 기력이 쇠진ㅋㅋㅋ
어머니 아버지 쥐 들락거린 구멍 막을 겸 이참에 도배+페인트 한번 하십시다ㅜ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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