nikon FM2 | 95th | portra 160 | filmscan
081113, Fri.
두물머리 노을
이 날 두물머리에 갔던 건 순전히 운이었다.
어디론가 어찌됐든 사진 찍으러 가고 싶어 죽겠다, 속에서 꿈실거렸는데
어디든 가자는 말에 냉큼 응해주고 밤중에 막 여기저기 검색하던 친구 녀석 덕분에 좁혀진 두 곳 중 하나.
먼저 포스팅에서 말했지만 신분증 빼먹고 나온 덕에 급 선회해 중앙선 타고 향한 양수역이었다.
역을 나와서 돌면 바로 갈대가 한가득한 한강 풍경에 참 걷기 좋게 생겼다 생각이 들었지만서도
여름이 지나 추워지는 늦가을에 본 연꽃밭이랑 곳곳에 뭉쳐있는 날벌레들은 흠...= ㅅ=ㅋㅋ
더워도 여름에 온다면 연꽃을 가까이에서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.
경주에선 중간에 버스에서 내릴 수 없는 여건이라 그 예쁜 연꽃이 잔뜩 피었는데 가까이서 보지도 못하고 찍지도 못하고. 흑.
그냥 여행이었거나 자가용으로 이동중이었다면 한참을 거기서 있었겠지. 이래서 차를 모나 싶었다.
암튼.
갈대밭 사이로 난 길도 좋았고 풍경도 괜찮았는데 사진은 내가 도저히 잘 담을 수가 없겠더라.
내가 찍어서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별로 안 들어서.
바람 쐬고 천천히 걷고, 그러기만 해도 좋은 곳이었다.(물론 사진 욕심이야 많았지만)
양수역에서 왼쪽으로 내려와 들어선 길 따라 한참 가다 도로를 건너 새미원에 들렀다가 배다리를 넘어가니 유명한 스팟 등장.
하늘이 어느덧 어두워져서, 앞에서 너무 시간을 지체했나 싶었는데 조금 기다리니 노을이 예쁘게 지고 있었다.
배다리를 건널 때 부터 하늘에 깔린 구름 모양이 신기했는데, 그 라인을 따라 노을이 퍼지는 모습은. 감탄감탄.
(구름이 펼쳐진 모양이 해 지고서도 그대로 유지됐다. 이건 구름 때문이 아닌가?)
생각보다 밝게 찍어버렸지만 현상된 걸 찾고는 정말 기뻤다.
이 사진을 찍었던 순간, 사진이 정말 재미있게 나올 거란 느낌이 들었는데 정말 그렇게 나와 주어서.
신이 나서 뛰어가는 아이와 아이를 따라가는(잡으려는) 아버지가 딱, 프레임에 들어오다니 ㅎㅅㅎ
기분 좋아지는 노을 사진이다.